- 제목
- 윤태호와 이끼 ②ㅣ윤태호 인터뷰
- 작성자
- 김은권
- 작성일
- 2010.07.24
- 조회수
- 1281
+ 만화가 윤태호를 말하다.
+ 윤태호 인터뷰
+ 이끼, 만화vs영화
+ 영화감독 강우석 인터뷰
만화가 윤태호를 그의 작업실에 만나보았다. 인기 영화 『이끼』의 원작자로서 밀려드는 인터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윤태호. 그의 입을 통해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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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인터뷰, “그래서 캐릭터들에게 미안하죠”
『이끼』 개봉을 앞둔 2010년 7월 9일, 윤태호 작가의 작업실에서 인터류를 진행했다. 일간신문가 방송 그리고 인터넷 매체까지 많은 이들이 윤태호 작가를 찾는 중에, 1시간 넘게 계속된 인터뷰를 내내 늘 웃음 띈 얼굴로 성실하게 답해 주었다. 이런 타고난 성실성이 오늘의 윤태호 작가를 있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Q. 만화 『이끼』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예전 제 작품 『YAHOO』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종로에 가면 종로타워라고 있잖아요. 그걸 보고 있자니 그 건물 주변 도심 한복판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면 어떨까 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그려졌어요. 마침 당시 새로 창간되는 잡지 편집자가 ‘쎈 걸로 한 편 해 달라’라고 제안을 해왔죠. 그래서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설정을 꾸미고 이야기를 구성하다 보니 『YAHOO』가 만들어 졌어요.
『이끼』도 처음에는 한 컷의 이미지로부터 시작됐죠. 뭔가 깊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법한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그렸는데, 그려진 그림을 보는 순간 계속해서 연달아 연결되는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때 떠올랐던 이미지가 폭우가 쏟아지던 날 센서 등이 켜지면서 류해국과 김덕천의 눈이 마주치는 장면과 창고 안 필라멘트 장면이었어요. 이번에도 마침 모 만화 웹진으로부터 연재 제의를 받았고, 떠오른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인물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꾸미면서 『이끼』가 만들어지게 된 겁니다.

▲ 작품의 최초 모티브가 되었던 컷
Q. 복합적이면서 치밀하게 구성된 이야기가 인상적인데요,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꾸민 건가요?
작품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치밀하게 전체 이야기를 만드는 것 보다 중심이 되는 뼈대와 최종적인 결말만 미리 정하고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은 작품을 진행하면서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해요. 연재 중에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끼』도 처음부터 꼼꼼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연재가 진행되면서 세부적인 이야기가 만들어 지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새롭게 떠오르기도 했죠. 류목형의 과거 이야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대사 몇 마디로만 보여지는 상징적인 인물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연재를 하다 보니 류목형과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가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연재처였던 《미디어다음》 측에 양해를 구하고 3개월가량 연재기간을 늘리면서 까지 류목형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Q. 혹시 영화로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기획했나요?
제가 『YAHOO』를 마치고 수년간 슬럼프를 겪었어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속 일이 잘 안 풀리다가 시작한 것이 『이끼』였거든요. 그래서 치열하게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 했지 그런 것까지 염두 하지 못했어요. 첫 회를 만들고 불안한 마음에 동료 만화가 강도하 작가에게 보여줬더니 ‘이거 영화 된다!’라고 자신 있게 평가를 해주더라고요. 하지만 그 때도 그냥 격려해주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한참 연재를 하고 있는데 이곳저곳에서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오더라고요.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영화사 한 곳과 판권 계약을 체결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적으로 강우석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 듣고 크게 놀랐어요.
Q. 영화 제작에는 얼마나 참여 했나요?
만화가 결말이 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있던 이후 줄거리와 결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고,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를 했어요. 인물들의 대사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강우석 감독 및 여러 스탭들과 함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을 나눴죠.
Q. 연재 중간에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결정됐는데요, 혹시 이것 때문에 작품의 방향성이 달라진 부분은 없었나요?
특별히 방향성이 달라진 것은 없어요. 다만 전체적인 색감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누었지만, 그 외에는 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모조리 다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왠지 탄력을 받아 내용을 막 풀어내기 시작했고,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이야기의 규모도 커지고 담론이 거대해져서 저도 고생하고, 나중에 감독님도 ‘그 때 그런 말 하지 말걸’ 하며 골치 아파 하시더라고요.

Q. 영화를 보신 소감은 어떤가요? 원작 만화와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셨나요?
영화 참 재미있어요.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을 세트, 만화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던 효과음이나 배경음악, 특히 실제 배우들이 생생하게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이 참 좋더라고요. 물론 만화 속 인물에 비해 관객의 상상력을 억제하는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좋은 연기자들이 등장인물을 해석해서 개성 있게 연기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내용적인 면에서는 만화는 영화에 비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 더 풍성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 영화는 만화에 비해 시간제한도 있고 하니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죠. 그래서 오히려 만화에 비해 더 이야기가 선명하고 강렬해서 좋더군요.
Q. 만화 『이끼』 대해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서둘러 마무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연재로 보여드렸던 결말 이후 정리를 해주는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이미 3개월가량 연재를 연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연재를 늘릴 수 없어서 마무리를 지었죠. 특히 각각의 캐릭터들이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특히 죽은 천용덕과 류목형이 저세상에서 서로 나누고 싶은 말들이 있었을 터인데 그런 얘기들을 미처 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그래서 캐릭터들에게 미안하죠. 이게 제 나쁜 습관 때문인데, 이야기를 좀 더 진행하다 보면 더 좋은 생각이 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 다음 회가 되면 더 좋은 대사가 떠오를 것 같은 생각에 버티고 버티면서 벌려 논 걸 정리하는 걸 미루곤 하거든요. 그래서 막판에 서둘러 마무리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반면 영화는 좀 더 선명하게 마무리 지은 것 같아 좋았습니다.
Q.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작품 계획이 있다면?
이제부터는 정말 쉴 수 없겠다는 생각이 해요. 전에 구상했던 작품 중에 가상의 아파트 단지를 완전하게 3D 그래픽으로 구성해 놓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을 만화로 그려보자는 것이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런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죽을 때 까지 할 수 있는 작품의 수가 얼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시간을 아껴 써야겠구나, 하나하나의 작품에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일단 지금은 『리더스 유나이티드』라는 축구만화를 작업하고 있고요, 향후 성인 직장인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만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으로 한국전쟁의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작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김은권
디지털 만화규장각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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